교보문고 시그니처 향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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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책 향기를 재현한 디퓨저를 내놓았다. 사무실에서 쓰던 디퓨저를 거의 다 써가기도 하던 차라 무슨 향인가 싶어 봤더니 유칼립투스와 편백나무 향 기반. 상상할 수 있는 향이긴 한데 이걸 ‘책 향’이라고 부르니까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잠깐 생각해보니 5면 6면이 책으로 쌓인 환경에서 책 향 디퓨저라니, 이건 빵집에 빵 향, 분식집에 어묵 향 디퓨저를 놓는 꼴 아닌가 싶어 웃음이 나온다. 게다가 좀 빤한 향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책 향은 좀 오래된 책에서 나는 종이 향인데, 잘 묵힌 책은 초콜릿 향이 난다. 가끔은 책장에서 한 권을 골라 책을 펼쳐 코를 박는다. 사실 한국 책은 모조지가 많아 초콜릿 향을 맡으려면 꽤 오래 묵혀야 하는데, 미국 페이퍼백에서는 종종 맡을 수 있다. 새책에서는 종이 냄새보다 아직 덜 마른 잉크 냄새가 섞여 난다. 이것도 좋다. 무게와 부피감 때문에 소설책에 자주 쓰이는 이라이트지(紙)는 오래 묵히면 모조지보다 종이 냄새가 많이 오르는 편이라 좀더 향이 좋아진다. 물론 이건 책에 따라, 보관 환경에 따라 다르다.

같은 종이인데 교정지에서는 이런 냄새가 나지 않아 아쉽다. 종이 냄새도 별로고, 잉크 향도 독하다. 교정지에서도 이런 책에서 나는 것 같은 향기가 난다면 좀더 교정을 사랑할 수 있을 텐테…라는 건 초교에 발목 잡혀 있는 자의 핑계.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 판매

이사 준비

장서가들에게는 이사가 보통 이상으로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일정량 이상의 책은 다만 부서지지 않을 뿐이지, 무겁고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이사의 방해꾼이다. 작년부터 조금씩 책을 정리하고 있는데(일단 사무실에서 가져가지 않은 수천 권의 책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책 정리의 가장 큰 난점은 꽤나 시간과 공을 들여 ‘내보낸다’고 해도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책장에 꽂혀 있는 책 50권을 뽑아 늘어놓으면 200권쯤으로 늘어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한번은 정리한답시고 거실에 분류하여 쌓다가 도중에(꺼내느라 에너지를 다 쓴 탓에 며칠 동안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다시 집어넣은 적이 있다. 어지간히 책이 많을 때는 그래도 어떤 책이 ‘대충’ 어느 부분에 있다는 건 알았는데 이제 책을 샀다는 기억만 있을 뿐 도무지 위치를 짐작하기 힘들어 뻔히 책을 샀다는 걸 알면서도 당장 필요해서 두 번 세 번 구입한 책이 몇 권이나 된다. 게다가 미스터리 장르의 책들은 참고 도서로 쓴답시고 사무실에 두고 가져가지 않다 보니 그 책이 집에 있는지 사무실에 있는지조차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러버렸다.

죄악이다. 책을 구입해놓고 또 사는 것이 죄악이 아니라 읽기 위해 구입한 책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이 죄악이다. 구입한 책을 모두 읽는 것은 아니다. 마쓰오카 세이고가 그랬던가,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책등을 보는 것도 독서의 일부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독서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예전에는 종종 서고를 ‘거닐며’ 책등을 읽었다. 이미 읽은 책들은 예전의 기억을 더듬에 새롭게 하고, 읽지 않은 책들은 그 안에 담겨 있을 내용을 상상해본다. 그런 책 가운데 몇 권은 펼쳐 훑다가 책상으로 가져가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은 이런 독서 행위를 한 적이 없다. 그렇게 할 수 없다. 책장에 제대로 꽂혀 있는 책보다 이중으로 겹쳐 쌓은 책들, 책장 아래 누워 책배만 보이는 책들, 시리즈가 여기저기 흩어져 모을 수 없는 책들, 상자 속에 있는 책들이 더 많다. 벌을 받아 마땅하다.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된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책들만 소장을 할 생각이다. 집은 도서관이 아니다. 필요한 책을 모두 갖고 있을 수는 없다. 없다면 구하면 된다. 구하지 못할까 두려운 책들의 양보다 내 욕심의 양이 너무 크다. 욕심이 죄악이다.

이사 준비

Read Or Die, again

블로그를 방치…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라고 해봐야 책 얘기가 구할일 텐데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말들의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데다 글을 쓸 만한 여유도 없었던 탓이다. 글을 쓰는 것도 습관이라, 뭐라도 써봐야지 싶은 마음이 다시 들었을 때는 블로그를 새로 정비한답시고 조물락대다가 기력을 허비하고는 ‘뭐 대단한 글을 쓴다고’ 하며 손을 놓는 짓만 반복했다.

작년부터 쓰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크게 들기 시작했다. 쓰지 않으니까 책도 점점 허투루 읽게 되는 것 같다는 주의 경보가 머릿속에 울렸다. 뭘 쓸 수 있을지 또는 쓸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시 출발해보기로 한다. 읽지 않으면 죽을 만큼 후회할 책이여, 다시 한번. (그래봤자 주로 잡담을 하겠지만. 후후)

Read Or Die, ag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