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은 (……) 일체의 예술의 전통정신과 형식에서 이탈하여, 인간의 심리를 보다 깊이 파헤치고, 분석하고, 극약화하고, 독약화하고, 나아가 원자화하고, 전자화하기 위한 예술계의 이단아였다. 예술의 신을 모독함을 전문으로 하는 반역 예술이었다.

과거의 예술은 겉치장을 예찬하는 데에만 몰두했다. 그것이 진화해 그 겉치장을 벗겨낸 육체미의 감상을 주류로 하는 중세 예술로까지 진화했다. 그것이 현대…… 즉 탐정소설시대에 들어와서는 더욱 진화하여, 그 육체를 갈기갈기 찢고 폐부를 끄집어내고, 해골을 토막내, 혈액에서 분뇨까지 분석하고,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그 기괴하고 추악한 아름다움을 폭로하고 전율하려 하는 것이다.

탐정소설의 사명은 거기서 탄생했다. 탐정소설의 진정한 사명은 이에 있다. (……) 갖가지 허영과 허식에 우쭐대는 공리도덕과 과학문화의 장엄(……) 눈부시게 찬란한 과학문화의 외관을 찢어발겨, 그 밑바닥에 위축뒤어 꿈틀거리는 작은 인간성(……)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초미세 현미경적인 양심을 절대적인 공포, 전율을 느낄 정도로 폭로하는 그 통쾌함, 심각함, 처절함을 마음껏 맛보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읽을거리여야만 한다.

유메노 규사쿠의 『소녀 지옥』 옮긴이 후기에 실린 말이다. 탐정소설, 즉 미스터리의 성격을 탐구한 말 가운데 가장 좋아한다. 탐정소설 대신 다른 장르소설을 대입해도 큰 의미는 달라지지 않을 터, 거의 백 년쯤 전에 한 말이지만 아직까지도 유효하다.

취미는 추리

마음이 어지럽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로 정리가 잘되지 않으면 가끔씩 책점을 친다. 여러 가지 책점이 있겠지만 내가 쓰는 방법은 지금 가까이 있는 책 가운데서 눈에 띄는 책을 고르고 머릿속에 문제를 떠올린 후 펼치는 것이다. 몇 번째 쪽 몇 번째 줄 같은 식으로 정하지는 않고 펼쳐진 페이지에서 역시나 눈에 걸리는 부분을 읽는다. 그게 내가 나한테 보내는 현재의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때로 내 상황을 얘기하기도 하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나 행동에 관한 경고가 되기도 하고 어떻게 하라는 조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제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최근에 나와 아직 책상 옆에 있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간이다.

이런. 질서의 회복을 갈구한 내 면밀한 추리가 일언지하에 부정당할 줄이야.

소설에서든 현실에서든, 설득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맞는다는 법은 없다. 그럴싸하다는 건 언제나 함정을 내포하고 있다. 명탐정의 길은 멀고도 또 멀다.

취미는 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