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가 그제 리퍼러를 보니 "재미없는 책 읽기"라는 검색어를 통해 블로그를 방문한 사용자가 있다. 숙제나 리포트 때문에 관심도 없는 책을 읽긴 읽어야겠는데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서 그런 책을 읽는 방법을 찾으려는 사용자인지, 아니면 재밌고 쉽게 읽히는 책들만 보다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루하고 딱딱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독자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블로그 내에서는 검색을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데, 어떤 글을 읽고 갔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검색 엔진에 저 말을 넣고 검색을 하니 "재미없는 책 억지로 읽지 마세요" 같은 기사만 뜬다. ('저런 소리를 하면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재밌다며 찾은 책들은 "나쁜 책"으로 몰아 읽지 말라고 하겠지' 따위의 생각을 했다)
재미없는 책은 읽지 않으면 된다만, 읽지 않고서 재밌는지 재미없는지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재미없는 책 읽기"란 말에는 의미가 없다. "재미없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미 읽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재미있고 없고를 책의 선택 조건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지 않는다면 말이다. 아니면, 처음 읽었을 때 재미없는 책이었는데 다시 읽는다는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재미없는 책 읽기'란 '재미없어 보이는 책 읽기'를 말한다고 봐야겠다. 책이 재미없어 보이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터인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글이 어렵다거나, 도통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다거나, 글의 소재 자체에 관심이 없다거나, 뻔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책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재미'란 것은 매우 주관적인데다 개인적이기까지 해서,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재미를 발견하지 못한 책은 거의 없었다. 내가 "재미없다"고 말할 때는 다른 책들과 비교하여, 내가 읽을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의 한계에 비추어 재미없다는 말일 뿐이다. 재미라는 것은 책의 완성도나 질과는 상관이 없어서, 가장 질이 나쁜(스토리텔링이든 소재든 번역이든 교정이든, 어떤 의미에서라도) 책이라 해도, 그 자체를 즐길 수는 있기 때문이다. 계속 욕을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에 비교하면 조금쯤은 비슷할까?
많은 사람들이, 호흡이 짧고 빨리 읽히고 감정을 자극하거나 예상치 못한 결말에 이르는 책들을 좋아하기 마련이나, 가끔은 두껍고 열 쪽 읽는데 한 시간쯤 걸리고 계속해서 머리를 짜야 하는 책을 읽기 바란다. 또 아주 가끔은 자신의 취향이라는 것을 버리고 전혀 내 취향이 아니야, 라고 할 만한 책도 읽어 보기 바란다. 책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색깔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색깔 가운데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색깔이 세 가지 이상(실제로는 훨씬 훨씬 더 많이) 있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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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향의, 읽고 싶은 책만 읽으려고 해도 정신이 없단 말이지. 취향 아닌 책까지 보려면 깔려 죽는단 말이지. 바람이 너무 크다고 봐.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