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입말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말이나 글,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한 책은 장르와 분야를 막론하고 무엇이든 내 관심을 끈다. 물론 내 콤플렉스는 이 책의 주인공인 기요시처럼 말을 더듬는 것에서 온 것은 아니다. 사실, 사람들은 내가 말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고 하면 뭐 잘 하시는데요,라고 얘기하곤 하니까.
내 입놀림은 평범하다. 나쁘게 말해봤자 평균보다 조금 아래일 정도일 거다. 하지만 콤플렉스란 그런 논리적인 정황과는 상관없으니까. 기요시는 정도가 조금 심하다.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か행과 た행, 그리고 탁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발음하는 데 굉장히 애를 먹는다. 긴장하거나 흥분하면 다른 말들까지 온통.
하지만 몸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은 잘 한다. 심인성이라고 해야 할까, 기요시코는 기요시 스스로 만들어낸 가공의 친구. 무엇이든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
이 책은 그런 기요시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 얽힌 이야기를 모든 연작 형식의 단편집이다. 이야기는 아주 멜랑콜리하지도 않고 울음을 자아내지도 않고 단정하지만 평범하다. 오히려 강렬하게 생각되는 건 책의 앞 뒤로 실린 작가의 이야기.
주인공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들은 지은이의 자전적 소설이다. 지은이는 티비를 통해 자신을 본 어떤 어머니에게 받은 부탁을 책 첫머리에 적는다. 지은이가 말더듬이였다는 사실을 안 그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 위로의 답장을 써달라고 한 것. 하지만 지은이는 거절한다. 이 소설은 그 답장쯤이 될까(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소재를 가진 소설은 주인공이 모진 어려움을 겪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눈물겹게 그려냈다고 상상하기 쉽지만 <안녕, 기요시코>는 그런 부분은 약하다. 오히려 작가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말더듬증을 쉽게 '괴로움', '나쁜 것', '버려야 할 것', '극복할 것'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주위의 무심한 시선이다.
선생님은 '고민'과 '괴로움'이란 말을 몇 번이나 입에 올렸다. '고민'을 안고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마치 만화에 나오는 불쌍한 등장 인물 이야기처럼 들린다.
위로나 친절함으로 생각하기 쉬운 것들이 실은 장애가 아닌 것을 장애로 일깨우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작가는, 자신이 이제 완전히 극복하고 '정상인들처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자신의 말더듬증을 일깨운 그 어머니에게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장애를 장애이도록 하는 것. 그리고 상처를 남기는 것.
이 책은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작가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탓인지 소년의 심리가 아주 세심하게 드러나 있다(표지는 어떤가. 최근에 본 표지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든다. 책에도 잘 맞고). 그리고 해결점을 '장애의 극복', 즉 말더듬증을 해소하는 데에서 찾지 않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더듬는다.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서투르다는 뜻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에게 말을 하려고 애쓰는 걸 알지 못하며, 또 말을 기다리는 법도 모른다.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상대방에게 무언가 전달하려고 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 한 번이나 두 번에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문을 두드리는 것, 초인종을 눌러야만 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또한 나는 상대방이 무언가전달하려고 하는 의지를 읽어야 한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것.
그런 점에서 <안녕, 기요시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 관한 책이다. 기요시코에게 작별하고(자신과의 혼잣말은 접고), 바깥으로 애쓰는 것이 첫 걸음이다. 대화는, 의사소통은, 입이 반 귀가 반이다. 내가 반밖에 얘기를 못하더라도 나머지 반은 채워서 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그래야 온전한 대화다.
한 가지, 책읽기를 짜증스럽게 하는 게 있다. 기요시의 말더듬을 일본의 오십음도 그대로 적용을 해버려, 그에 관련한 대사가 등장할 때마다 괄호 안에 일본어 발음을 적거나--집에 같이 갈래?(잇쇼니 가에로우카),처럼--일일이 주를 붙여 흐름을 툭툭 끊어버린다. 나도 어지간한 원문주의자이긴 하지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었을까? 적은 수라면 모를까 이런 말들이 작품 전체에 걸쳐 있는데다 이 책을 읽을 독자를 고려했다면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데. -虎-
(read or trash?
★★★★)
☞ 포스트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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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런 경험이 있을 거야. 속으로 상상하거나 혼잣말을 할 때는 전혀 말을 더듬지 않잖아. 내가 글을 쓰게 되고, 그것을 직업으로 하는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지내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몰라.
이야기를 시작할게.
나와 똑 닮은 소년을 주인공으로.
소년은 분명, 너와도 비슷할 것야.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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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안겨 말을 할 수 있을 때가 있으면, 말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손을 맞잡으면, 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은 꼭 그 사람에게 전달돼. 그것이 진정으로 전하고픈 이야기라면……, 전해진다. 꼭."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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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도 말이여, 본인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말할 수 있기 전까진 교사는 절대 될 수 없다고 생각허는디, 아빠는."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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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너와 닮은 것 같니? 나는 네게 뭔가를 전달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언젠가, ……그게 언제가 되든 상관 없다. 언젠가 너의 이야기도 들려주지 않겠니?
고개를 숙이고, 조용조용 말해 주면 돼. 상대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천천히 말해 주면 돼. 네가 이야기할 첫마디가 나오지 않아 아무리 더듬더라도 나는 그것을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 여기고, 너의 이야기가 시작되길 가만히 기다릴 테니까.
네가 이야기하고픈 상대방의 문은, 때때로 닫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열쇠는 채워져 있지 않아. 열쇠를 꽁꽁 채운 마음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단다. 나는 기요시코에게서 그렇게 배웠고,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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