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행복한책읽기
테드 창은 온라인에서 주워들은 것 외에는 생소한 이름이었고, 미리 말해두지만 빨리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이렇게 '폼 잡는' 장르 작가는 나중에, 장르문학이 더 이상 소수 독자들만의 것이 아닐 때 나와도 충분하다고, 나는 늘 그렇게 주장해왔다. 하지만 용서하기로 했다. 마이애미 CSI의 호레이시오 케인 반장 정도면 왕 후까시라도 양손과 양발 모두 들어 즐길 수 있으니까.
좀 어긋난 비유이긴 했지만,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장르문학의 보이지 않는 벽을 한 꺼풀(어쩌면 한 다섯 꺼풀쯤?) 더 쌓는 책인데도(단편집이면서 말이야!) 단지 그것 때문에 읽지 않는다면 너무 아까울 만큼 멋진 책이다.
더 읽기...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읽기 힘들다. 적어도 몇몇 단편은 그렇다. 전공자가 아니면 못 알아먹을 말이나, 그런 전문용어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어 읽어야 하는 스토리, 끊임없이 읽는 인간의 사고를 요구하는 내용들... 어느 하나 그저 쉽게 눈을 지나 보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내 위협에 너무 겁을 먹진 마시라. 아무리 그래도 옛날 그 서툰 번역으로 나왔던 <뉴로맨서>만큼 읽기 어렵겠는가.
2004년에 나온 책 가운데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의 열두 방향>과 더불어 최고의 단편집인 것은 틀림없다. 테드 창의 단편집에서 훌륭한 것은 소설적인 아이디어나 소재가 아니라 스토리텔링 그 자체다. 그야말로 과학소설의 "경이로운" 즐거움을 누릴 만큼 지적이다.
테드 창은 수학 등식이나 물리학적 사유를 소재로 사용하기보다 아예 소설로 변용시켜 버린다(정말이지, 이 정도라야 /새로운 경지/지). 소설을 읽는 것이 곧 등식과 사유 그 자체를 읽는 것과 같은. '영으로 나누면'과 '네 인생의 이야기'가 그런 단편인데, 그렇다고 이 두 단편을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것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아니니까. 그럼에도 테드 창의 이런 스토리텔링에서 눈을 떼기 힘든 것은 사실이고, 이 단편 둘만으로도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선택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그런 이유와는 별개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일흔두 글자'와 '지옥은 신의 부재'. 엔데가 과학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다(하나를 더 포함하면 '바빌론의 탑'까지. 오해할까봐 덧붙이는데, 실제로 엔데가 풍기는 아우라와는 전혀 다르다). 엔데의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상징과 통찰을 표현하면서도 방법론적으로는 과학의 언어의 테두리에서 벗어남이 없는 테드 창만의 세계가 탄생한다. 또 다른 걸작 '이해'는 기존의 장르소설이 가진 /재미/에 가장 가까운 작품.
이해할 수 없는 건, 신문서평이다. 그간 장르문학을 홀대해온 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해도 이만 한 작품집이라면 적어도 몇몇 신문에서라도 이 책을 '발견'을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너도 나도 <다 빈치 코드>라니, 만날 콘 프레이크나 먹고 살라지. 아무튼 독서의 편식은 죄다 신문서평들 책임이라니까. -虎-
트랙백을 보내세요
트랙백 주소 :: http://readordie.net/trackback/41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