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경 지음
디자인하우스 / 2002.9 / 초판 / 255쪽 / 230*187*13mm / 9,500원
r.o.d 평점 ★★★
신경 덜 쓰고 빠르게 밥먹기

편집팀에 들어온 책을 언뜻 보니 썩 훌륭해 보인다. 게다가 분야 담당자도 초이스를 날렸다. 아아, 이거 좋겠는 걸. 아내도 좋아할 것 같다.
> 더 읽기
결혼하고나서 가장 어려운 건 역시 일상적인 집안일이었다. 늘 당연하게 받기만 했던 장보기,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 쓰레기버리기 등등등. 집에 있으면 온종일 집안일만 하는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그 중에서도 밥하기는 번거롭고 시간드는 일 가운데 Top.
지은이 말대로 뭐 별거 하는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은 기본, 두 시간은 걸리기 일쑤였다. 시간이 아깝다,라고 아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랴, 어머니들은 이런 일들을 몇십 년 동안 해오셨던 게다. 자신이 아니라 자식들의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젠 "우리" 일이다. 경험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라고 마음먹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늦게서야 겨우 하는 것이다,라고.
지은이는 꽤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냉동고의 적극적인 활용법이라든지, 미리 만들어두는 양념장과 기본 재료들. 어머니의 손맛이나 자연식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적절하게 필요한 상품들을 써서 손을 줄이는. 그러면서도 인스턴트 음식의 퀄리티를 넘는. 처음에는 재밌다.
하지만 뒤로 읽으면 읽을수록 불만은 커져간다. 여러가지 알지못했던 상품들을 소개해주는 것은 좋은데, 이건 도를 지나치지 않는가. 백화점 상품 카탈로그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수입품은 어찌나 많은지.
그리고 상품을 소개한다면 상품의 품질이나 퀄리티에 대한 언급은 해줘야지 않을까? 그냥 내가 쓰고 있는 거니까 믿고 써,라는 것도 아니고 말야. 그런 걸로 하프-인스턴트(반은 인스턴트인) 요리를 만들어 먹으라고? 시간과 손이 아까우면 거기에 돈을 써라?
뭐,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구시대적인 발상을 가진 탓인지 음식도 책과 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을 골라보듯 좋은 음식을 가려먹고 싶다.
공들여 책을 읽듯 공들여 요리를 하고 싶다. 책이 정신을 살지운다면 음식은 내 몸을 만들어낼진대 어찌 소홀히 하겠는가. 일을 하고 책을 읽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면 요리를 하는 시간도 아깝지 않아야 한다. 정신과 육체는 서로서로에게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잡지나 가볍고 경쾌한 책이 필요하듯 인스턴트나 그만큼 유연한 요리도 필요하다.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잡지나 얄팍한 개론서로 만족할 수 없듯, 그런 음식으론 내 배는 부르지 않는다. 그리고 말이지.. 시간이 아까우면 돈을 쓰라니... 너무 무책임하잖아.
(그럼 '일하면서 밥해먹기'란 일해서 번 돈 밥해먹는 데 다 써라,라는 뜻인가? 지은이는 분명코 상류층이다. 이런 주제로 책을 쓰면서 상류층을 대상으로 삼으면 어쩌라고)
그럴 거면 차라리 좋은 음식점들 봐두었다가 사먹는 게 낫겠다. 요즘은 국배달이며 찌개배달도 하고(끓이기만 하면 되는 것들), 반찬들도 잘 나온다는데 굳이 집에서 요리를 뭐하러 하나. 다 배달시켜 먹고 상만차리지. 그리고 주변의 좋은 음식점을 발견해서 사먹으면 되잖아.

돈만 쓰면 될 일이 아니라구. 게다가 혼자 자취하는 샐러리우먼들 보고 그 수많은 요리도구와 재료를 갖추라는 것 자체가 팬터지 아냐?
내 생각은 이렇다. 1년만 공들이면 시간도 함께 줄어든다. 노하우는 절로 쌓인다. 지금은 처음보다 반 이상의 시간을 절약하고 여러모로 머리도 굴려 어떤 날은 10분도 안 돼 상을 차려놓기도 한다. 처음에 한 시간 반씩 걸리던 마파두부도 이젠 30분이면 만든다.
아내나 남편이 있다면 둘이 함께 요리해라. 한 쪽이 지휘를 하고 한 쪽이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면 몇 배는 빠르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다. 휴일을 잘 이용하면 일주일이 편하다.(즉, 휴일에 게으름 부리면 평일날 고생하거나 식탁이 피폐해질 수도 있다 흐흐)
글쎄.. 결혼하고 요리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뀐 탓도 있겠지만 이런 책이 나오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먹는것'을 삶의 배경으로 삼을 뿐 삶의 일부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마치 잠자는 일처럼. 먹고 자는 것은 자신의 '일'을 위한 보조행위일 뿐이다,라는 생각.
하지만 말이다, 먹는 것, 자는 것만큼 자신에게, 자신의 삶에 강력한 일부가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 결국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자신을 이루는 근간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이 책을, 디자인하우스의 편집과 기획력의 승리,라고 말한다. -虎-
☞ 본문 보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