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땐, 책은 늘 진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가끔은 그렇게 믿어버리곤 한다. 그렇지만 진실하다고 믿는 바탕엔 특별한 근거가 없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어, 그럴 듯하네, 정도일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읽고 그것을 진실인 양 얘기하며,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지식이나 깨달음을 전파한다.
책은 그 자체로 완결된 형태로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폐쇄된 세계다. 한 권의 책은 폐쇄 회로 안에서 도는 쥐떼와 같아서, 지은이의 생각대로 마음껏 논리를 몰아세울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는 폐쇄된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쉽게 믿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나 모순을 발견하기 힘들고, 발견하더라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내가 선택한(고른) 것(책)이 옳고 바른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의지는 이런 함정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한다. 실은, 어떤 책이라도 겨우, 아주 작은 부분의 진실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시나 소설은 또 다르겠지만 그래서 인문사회책의 경우에는 넓은 시각과 유연한 사고로(요는 비판적으로) 책을 대하지 않으면 위험해진다. 그렇다는 말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인문사회책들 읽기가 더 힘들다는 말과도 통한다. 각종 매체나 평론가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더 힘들다. 힘들 뿐 아니라 때로는 그들에게 속아 책을 읽기도 한다.
교정을 보기 시작한 <미디어 모노폴리>나, 막 읽기를 끝낸 <십자군 이야기>, 최근에 나온 <야마시타 골드>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쉬워지는 게 아니라 어려워지는구나, 책읽기가 조심스러워지는구나. 이제까지 내가 읽은 책 가운데 얼마나 많은 책들에게 사기를 당했으며, 지금은 또 얼마나 사기를 당하고 있는지.(노파심에 말하지만, 위에 예를 든 책들은 '사기'의 편이 아니라 '괜찮은' 편에 속한다)
다 옳다고 생각하면서 읽는 게 편한데 -_-;;; 이게 어떤지 저게 어떤지 따지면서 읽는 건 넘 괴롭다. 으흐.. 하긴, 그것도 책읽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긴 하지만 말이다. (괴로운 걸 즐기다니, 네가 마조히스트냐. 음냐, 조금쯤은 그렇다고도.)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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