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이 생긴 뒤로 지금까지 책은 거의 온라인에서 '주문'한다. 가끔 흥이 날 때 교보나 가까운 서점에 들어가 구입도 하지만 구십구 퍼센트는 온라인 주문. 살 책들을 하나둘 꼽아두었다가 주문하기 버튼을 누를 때의 즐거움은 한 달에 몇 번씩 치르는 의식과도 같다.
주문을 많이 한 탓도 있지만, 인터넷 서점에 오래 있었던 탓에 대충 받을 날짜는 손에 꼽힌다. 뭐, 발송 기간이니 뭐니 필요없이 말야.(사실 그런 건 소용 없잖아?) 그러면서도 매일 한 번씩은 주문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편집증 환자다. 아하, 이 책은 재고가 있었나 보군,이라든지, 어쩐지 빨리 등록되었더라니 구하는 데 하루 이틀 더 걸리겠네! 어쩌구 저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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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택배 오는 날은 아침부터 슬쩍 들뜬 마음이 된다. 받아든 책 상자를 뜯는 것은 언제나 내 차지며 내 기쁨이다. 지금이야 사무실로 배달하니까 다른 사람이 뜯을 리 없지만 집으로 배달될 때도 아내는 먼저 상자를 끄르지 않았다. 내가 늦게 들어오는 날에도. 그걸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알라딘에 있을 때도 여산(홍보용 책 배송업체)에서 들어오는 책들의 봉투를 뜯는 즐거움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편집부에 있을 때 말이지. 웹 마스터로 보직 이동한 뒤로는 어찌나 서운했던지. 한동안은 여산에서 책이 들어올 때쯤이면 괜히 편집부에 가서 찝쩍대기도 하고...;;)
온라인 주문은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살 때와는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면에 어떤 가벼움이랄까, 한 권 한 권에 쏟는 애정 같은 건 오히려 줄어들기도 한다. 일주일에도 십수 권을 받아 보니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겠다만 온라인에서 하는 주문에는 일정한 수준의 '충동'이 늘 포함되어 있다. 할인의 충동, 장바구니에 쉽게 담을 수 있다는 점, 편히 받아볼 수 있으면서, 당장 눈 앞에서 돈이 나가지 않기 때문에 '소비'라는 행위의 인식이 둔해진다. 게다가 책은 당장 읽지 않더라도 손해보거나, 사도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한 권 한 권의 책보다는 얼마치 주문한다는 '가격'에 기준을 맞추는 구매.
또는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틀에서 삼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책과 나를 갈라놓는 시간이 또 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열망하는 책이 있어, 당장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하기 버튼을 눌러도 주문과 나 사이엔 48시간이라는 간극이 생기고, 그 시간 동안 내가 가졌던 열망은 귀퉁이부터 조금씩 식는다.
주문 상자를 받아든 순간엔 여전히 기쁘지만, 때로는 주문과 내 사이의 긴- 시간 때문에 김이 빠질 때도 있다. 또는 책을 받은 기쁨의 순간이 짧아지거나 책을 읽는 일을 뒤로 무른다. 서점에서 책을 사면 그럴 일이 거의 없다. 거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또는 저녁밥 먹고 씻은 뒤 자기 전에 바로 펴서 읽는 것이 보통이다. (그 시간은 얼마나 행복한가)
주문을 줄이기 위해 보관함에 책을 하나둘 쌓는 자신이 때로는 바보처럼 보일 때도 있다. 조금 지난 뒤에 보면 이런 책을 왜 담아뒀나 싶은 책도 있고 습관처럼 주문하려는 책도 있고.. 나참. 문제는, 그래도 책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것도 많이. 책이 없으면 뭘 할 수가 없는 걸!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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