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알라딘의 '나의 서재'를 오가다 보니 지인의 방명록에 글 하나가 눈에 띈다. 알라딘의 물류팀장 글이었는데, 알라딘이 처음 시작할 적에 했던 '매절'에 대한 이바구다. 그제서야 난 그 지인의 서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기대어 앉은 오후'.
<기대어 앉은 오후>라는 책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신조라는 신인의 작품이라는 것도,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4회 수상작이라는 것도, 알라딘의 메인에 올려졌던 책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 책은 나의 첫 매절책이었다(지인의 서재 이름은 이 책제목과는 무관하리라 짐작한다).
매절,이란 쉽게 말해서 책을 일정 부수 단위로 한꺼번에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은 주문량에 맞게 출판사나 도매상에 주문을 넣지만 소위 '뜰' 책이나 '뜬' 책들에 대해서는 적게는 수십 부, 많게는 수백 부씩 한꺼번에 주문을 넣는다.
매절의 잇점은 공급률에 있다. 보통의 공급률보다 10%에서 15%정도는 더 싸게 매입할 수 있으니까. 공급률은 곧 할인율을 결정하고, 그 차이가 이익으로 남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지점이다. 하지만 매절책은 반품할 수 없기 때문에 매절에 실패한다는 건 곧 재고가 쌓인다는 것이고, 그 말은 비용을 낭비한다는 말과 직결한다.
그래서 매절 판단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우리 서점에서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 독자에게 반응이 있을 것인지 아닌지. 이미 잘 알려진 책이라면 쉬울지 모르겠으나 신간의 경우는 알 것 같으면서도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돈'이 걸려 있지 않은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 빼곤 아무것도 없었던(지금도 그렇지만), '매절'이라는 말도 그 때서야 겨우 알게된 나에게 아무 통계도 없는 지점에서 매절 판단을 한다는 게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건 전부 변명이다.
책을 사고 관리하는 것은 물류의 일이지만 책을 판단하고 예측하는 것은 명색이 편집장인 내 일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기대어 앉은 오후>를 매절하자고 물류팀장에게 말했다. 아-미-타-불.
매절의 가장 작은 단위인 30부. 지금도 30부 매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게 내가 처음 매절 건의한 책의 부수다. 이 책은 그 뒤로 몇 개월간, 아니 1년 어쩌면 2년까지도 창고 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한 번 매절한 단위는, 한 달이면 아주 흡족하며 두 달이면 그럭저럭, 그 이상이면 돈 새는 소리가 옆자리에서 들린다. 그게 1년 이상이라는 건 생돈을 갖다 버렸다는 말이다. 창고에서 그 책을 볼 때마다 가슴을 지렸다 -_-;;;
굉장히 엄청난 일처럼 얘기한 것 같지만(엄청난 일이다), 이 엄청난 실패는 그 뒤로도 계속된다. 문학세계사에서 나온 빌 게이츠 책도 그 시기의 대실패작 중 하나. 이런 일을 몇 번씩이나 경험하고서야 감을 잡았지만 충분히 알 만큼 안 뒤에도 매절 판단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자리를 잡은 뒤의 매절 판단은 90%가 목표, 실제상황은 70~80% 정도였던 것 같다). 재밌기도 했지만.
전에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 운운했던 것도 이런 트라우마 탓이다. 그들에게 별로 악감정 같은 건 없지만 절로 꺼리게 된다고 할까. 흐흐.. <기대어 앉은 오후>가 재밌었는지 아닌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불리한 기억 삭제 ; 자가정화 시스템) 앞으로 다시 읽을 생각은 가을 쇠털만큼도 없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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