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정말 식겁한 일이 있었다. 갑자기 알라딘에서 로그인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시스템 점검이나 업데이트 과정의 오류거니 했다. 등록된 이메일 계정을 찾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시간이 흘러도 접근이 되지 않아 주민번호로 아이디 찾기를 했는데도 그런 회원이 없단다. 안 되겠다 싶어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다.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얼마 전, 사용하지 않은 사이트를 정리한답시고 사이트 일괄 탈퇴 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알라딘이 섞여 들었나 보다. 요청에 의해 회원 정보가 모두 삭제되었다는 말이었다. 복구가 안 되냐고 물었다. 안 된다고 했다. 처리 중인 주문은 살아 있고, 새로 가입하시면 쌓여 있던 적립금은 다시 넣어 주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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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비현실적인 얘기라 사실 통화를 하는 와중에는 사태를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야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간 알라딘에서 구매한 책이 얼만큼인데 그 기록이 모두 사라진다는 말인가. 걸려 있는 주문이나 멤버십보다 왠지 그게 가장 충격적이었다. 안 될 리 없다. 서버 하드를 로우 레벨 포맷한 것도 아닐 텐데 그새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데이터가 사라졌을 리는 없다.

일단, 새로 같은 이메일 주소로 가입을 하고 온라인 1:1 고객 상담에 사정을 남겼다. 포기할 즈음, 다행히 복구를 해주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구매 기록과 멤버십도 살아나고, 보관함의 책들도 다시 나타났다. ttb 서비스에는 새로 등록해야 했지만(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알라딘 고객센터 만세!!!

알라딘이 다른 인터넷서점과 비교하여 더 나은 점이 있다면 으뜸은 고객센터일 것이다. 콘텐츠의 질과 양은 평균화된 지 오래고, 독자서평 등에서 약간의 차별점이 보이긴 하지만 고객센터만큼은 다른 곳과 비교될 정도로 만족스럽다. 딱히 계정을 복구해 줘서가 아니라 말이지.

다시 '나의계정'에 접속하니 왠지 뭉클하여 지난 구매 기록을 훑어봤다. 저......정말 많이도 샀구나...... 진짜 집 한 채 장만할 금액 나오겠는데;;;; 첫 주문은 1999년 7월 14일 알라딘 오픈 첫날 구매한 고종석과 에코의 책 외 2권이다. 두 번째 주문에는 『영원의 아이』가 있다. 내가 그때 이런 책들을 읽었구나 생각하니 재밌기도 하고 구매 기록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구매 기록은 곧 내 독서 편력의 역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내년이면 10년이구나. 내년에는 『영원의 아이』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세월이 무상하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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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0 11:02 2008/11/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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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의 기억, 알라딘

    Tracked from 아스네 다락방 2008/11/21 09:23

    아침. 쓰린 속으로 컴퓨터를 켜고 한 바퀴 돌다가 호야님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보고 문득 생각이 나서 알라딘에 들어가보았다.구매목록을 보니 2001년부터 알라딘에서 책을 샀구나. 알라딘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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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의여왕 2008/11/21 13:38

    다행이에요-
    제 가슴이 다 철렁!
    역사가 사라지다니, 안될 말이죠 +_+

    • 호야 2008/11/21 21:16

      심지어는 알라딘에 구매 기록 백업 서비스라도 해달라고 건의할 뻔했다니깐요.

  2. keachel 2008/11/21 20:36

    택배사가 사가와라는것이 많이 걸립니다만. 다른곳도 다 사가와니 어쩔수 없더라구요.. (ㅜㅜ)
    그래도 정말 고객관리 서비스로는 알라딘을 따라올곳이 별로 없더군요. 속도도 빠르고 친절하기도 하고 말이죠..
    링크신청 살짜쿵하고 갑니다.. 즐겨찾기로 왔었는데 블로그링크로 해서 오는게 더 편리해서요..;

    • 호야 2008/11/21 21:19

      알라딘은 택배사의 불친절이나 문제 신고하면 그쪽에서 알아서 클레임도 넣어줍니다! 제가 그런 적 있었는데 어느 날 방송에서 택배 기사들의 말도 안 되는 노동 환경을 보고 친절히 대해 드리고 있어요. -_- 택배도 참 기사님 나름이라... 최근의 친절 으뜸은 사무실로 배달 오시는 기사님. 어찌나 싹싹하고 살아우신지.... 다녀가시면 기분까지 좋아지더라고요.(딱히 책을 받아서가 아니라;;)

  3. 다소 2008/11/22 10:03

    허억. 이거야말로 간담이 서늘한 이야기군요.
    구매 기록의 역사가 사라진다니(심지어 거의 10년;;;)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복구가 됐다니 다행이에요.
    그나저나 구매 기록 백업 서비스라... 좋은데요. +_+ (눈이 번쩍!) 엑셀이나 xml로 저장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_<

    덧, 폰 위쪽에 쓰인 "speed 011 010"을 보니 옛날 생각나요.^^

    • 호야 2008/11/22 14:40

      말이 나온 김에 진짜 건의해볼까나요. 호호 그게 실현된다면 소장 도서 목록 구현이 꿈이 아닐 터! 어쩌면 분산되어 있는 구매를 알라딘으로 올인할지도....;

  4. 프리즘 2008/11/26 15:44

    오래전에 책 반품 때문에 충무로(?)에 있던 알라딘 옛집을 방문한 기억이 납니다. 계단 가득 쌓인 책들을 지나 들어선 비좁던 사무실. 그곳을 가득 매운 진지한 분위기가 인상깊었는데...
    한번쯤은 이렇게 책 속에 왕창 묻혀서 일 해보는 것도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직업이 된다면 사정이 틀려지겠지만요. ^^

    • 호야 2008/11/26 16:37

      충무로 시절의 낡은 건물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헤~ 그립네요. 계단도 좁은데 책과 박스 등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완전 초기에 밀려드는 주문을 이기지 못하고 사무실 바닥에 상자와 책을 늘어놓고 포장하던 기억이라니... 그때는 재밌었답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그런 재미는 느끼기 힘들어졌지만 지금은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5. 다락방 2008/11/27 08:48

    저는 더.페이퍼님을 알고 나서 알라딘을 알게되었어요. 더. 페이퍼님의 홈을 먼저 알고 와서 글을 읽는데 아주 오래전 언젠가, 더.페이퍼님께서 알라딘에 나의 서재 기능이 생겼다는 포스팅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건 뭐지, 하고 검색창에 알라딘을 쳐보고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퍽 만족하고 있고요. 아니, 아주 좋아요.

    더.페이퍼님의 이 포스팅을 읽으니 제가 다 식겁하겠네요. 왜 예전에 서재가 지금처럼 바뀌기 전에, 간혹 더.페이퍼님의 서재에 들러 구매리스트를 구경하곤 했거든요. 무슨 책을 사셨나, 싶어서요. 그것들이 없어질수도 있었다니! 아휴~ 무서워요.

    다행이어요, 정말.
    :D

  6. 하이드 2008/11/28 09:31

    우와- 구매기록이 중요한가요? ㅎㅎ 전 뭐, 워낙 여러군데서 사다보니, 별 의미 안두고 있었거든요.

    • 호야 2008/11/28 11:03

      저는 알라딘을 중심으로 거의 예스24 정도밖에 이용을 하지 않아서요. 더군다나 처음에는 알라딘에서밖에 책을 사지 않았으니까. 책을 샀는지 안 샀는지 기억하기도 어려워 확인용으로, 또는 구매 기록 자체로 소장 도서의 DB가 되기 때문에. 호호. '아, 이때 내가 이런 책을 사서 읽었구나'라든지 '내가 왜 이런 책을 샀더라' 하는 감흥을 느끼기도 하고. 온라인서점이 생기기 전에는 책을 사면 언제 어디서 구입했다는 메모를 책에 남기기도 했는데 그것의 온라인 판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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