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o 님은 미국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시는 분인데, 재밌고도 깊이 있게 생각할 만한 글들을 많이 올려 주셔서(도서관과 책에 관한!) 올라오는 글들을 꼬박꼬박 챙겨 읽고 있지요. 그동안은 그냥 읽기만 했는데 며칠 전 재밌는 글이 올라와 한마디.

도서관에서는 저작권이 소멸된 책들에 한해 싼 가격으로 이용자들에게 제공을 하는 방식으로 이 기계를 이용하고 있다네요. 제 경우에는 많은 자료 파일들을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는데 분류별로 모아 책으로 만들면 보관도 사용도 훨씬 좋을 듯. 이름도 마음에 쏙 들어요. :-)
다만 포스팅에 달린 댓글에도 보이듯이, 이런 기계가 많이 보급되면 불법 복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비싼 책을 쉽게 제작해서 싸게 유통시키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자마자 불법 복제된 책들도 함께..... 편집자로서는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네요. ^^a 사실 지금도 온라인상에는 많은 책들이 텍스트로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심지어는 조판 상태의 PDF 파일까지). 그렇지만 아무래도 모니터로 책을 읽는 데는 한계가 있어 영화만큼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요.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책을 읽는 것이 종이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면 이런 기계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겠지만요. ^^;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지금부터. Clio 님이 이런 질문을 던지셨어요.
여기서 Clio 님의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사실 그전에 제 생각을 풀어 포스팅하고 싶었는데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부지런하신 Clio 님은 다음 포스팅까지... 흑) '인터넷 시대의 책읽기'라는 포스팅을 통해 Clio 님은 온라인 상의 횡적 정보 검색에 우려를 나타내고 계세요. 맞습니다. 책처럼 종이에 인쇄된 출판물을 읽을 때와는 달리 확실히 온라인상의 텍스트들은 깊이 있게 읽기 쉽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Clio 님이 던진 질문은 전자책 업자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더 싸고 기능적으로는 편리한데도 전자책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다른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에 비하면 실로 과도하게 느리다고 할 수 있죠. 사실 단말기(컴퓨터)를 기반으로 한 웹상의 정보들은 기본적으로 책에 실린 정보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요.
전 전자책과 종이책의 차이는 '인터페이스'(Clio 님의 표현에 맞추자면 '도구')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처음 인터넷이 보급되고 정보들이 갖춰지면서 생긴 일은 정보들이 온라인에 맞게 '편집'되었다는 것이지요. 시각적으로 보아도 디스플레이 화면은 훑어 읽기에 적절하지 오래 탐색을 하기는 어렵잖아요? 종이책에는 빽빽하게 글씨가 차 있어도 읽을 만하지만 온라인 상의 텍스트는 의미를 쉽게 전달할 수 있게 축약되고 재정리해야 하고 단락들도 많이 나눠야 하지요.
그런데 이제 문제가 생겼어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이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며 각종 도구를 통해 인쇄 출판물을 통해서만 보급되었던 정보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거든요. 하지만 컴퓨터 단말기들은 그런 "읽기"에 맞춰 발전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컴퓨터는 텍스트를 읽는 도구가 아니잖아요. 많은 용도 가운데 하나가 그것일 뿐이죠.
반면 종이책은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의 발명부터만 쳐도 50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가장 읽기 좋은 형태로 책을 거듭 발전시켜 왔지요. 현재의 책은 독자들에게 최적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위에서 말했듯이 디스플레이 화면을 통해 읽는 것은 컴퓨터의 발명부터 친다고 하더라도 끽 해야 수십 년이 될까. 초기의 전자책들은 종이책을 디스플레이 화면에 옮긴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되었는데 이 둘은 텍스트를 담는 그릇이 다르거든요. 네, 인터페이스의 문제가 이제 생기기 시작하죠.
전용 리더기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컴퓨터는 처음부터 글을 읽는 행위에 맞춰진 도구가 아니예요. 초기의 전자책은 컴퓨터라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여 글을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한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글을 읽는 행위에는 맞지 않았지요. 숟가락으로 국수를 먹는 격이랄까, 먹을 수는 있지만 힘들고 귀찮죠. Clio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온라인에서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과 인쇄물을 읽는다는 것의 차이를 우리는 이해해야 해요. 둘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읽기니까요.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종이책을 벌써 만나 버린 우리는, 책이 없는 미래를 상상하기 힘듭니다. 팔랑 하고 책장을 넘기는 감촉, 종이와 잉크 냄새, 까맣게 박혀 있는 활자들...... 그것이 담고 있는 정보와 의미를 젖혀 두고서라도 얼마나 매혹적이냐구요.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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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기계가 탐나네요. 조금 다른 의미로...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컴퓨터가 종이를 이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로요. 바로 눈입니다. 컴퓨터는 글을 오래 읽기에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사실 글읽기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오래'하기에는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눈이 엄청 빠르게 나빠져요. 글쎄요. 저만 그런거라면 상관없겠지만, 컴퓨터 오래 쓰는 분들의 반응을 보면 저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책을 엄청나게 많이, 오랫동안 읽으면 눈이 머는 경우도 있다는데, 컴퓨터의 경우 그 기간이 훨씬 짧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종이책이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종이책에는 나름의 편리함뿐만 아니라 낭만도 있어서...황혼빛이 넘어드는 기차 안에서 무릎에 올린 노트북 화면을 구부정한 자세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보다는 산뜻하게 들고 있는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게 어쩐지 제겐 더 낭만적이네요. 하하;;
눈요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댓글 남깁니다.
기술이 종이에 가까워지거나 텍스트를 읽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된다면...... 하는 발상이지요. 사람의 인식도 점점 테크놀로지에 다가서고 있고.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래 봤자 지금의 세대에게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겠지만요.
종이책이 전자책 시장을 압도하는 도서와는 달리, 음악이나 영화는 빠른 속도로 컴퓨터-전자기기 기반의 시장으로 넘어갔죠. 확실히 음악이나 영화가 축음기/LP/CD, 영화관/비디오라는 불편한 하드웨어를 사용한 것이 기껏해야 백년 정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종이책의 선전은 당연한 거라고 할 수 있겠군요.
지금이야 책을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처음 책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아이팟보다 더 놀라운 신기술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흐흣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놓여있다고 해서, 이름만 듣고 지나쳤던 걸, 방금 구경하고 왔습니다. 아직은 제한적인 용도로밖에 사용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학생들에게 더 개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하긴 완전 개방하게 되면 이용자가 넘쳐서 곤란해질지도 모르겠네요. ^^a
텍스트 리더기 같은 것도 생각해 봅니다. 출근시간에 차안에서 들어볼까 하고 MP3로 된 글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아직은 들어보질 못했네요. 어떤 느낌일지 궁급합니다.
좋은 글, 늘 고맙습니다.
저는 예전에 '라디오 문학관'에서 읽어줬던 작품들 몇 개를 mp3로 변환해 들어봤는데 익숙해지기 쉽지 않더라구요. 제가 생각했던 등장인물들과 성우들이 낭독하는 캐릭터와 괴리감도 있고.... ^^; 제가 들었던 건 몇 명의 성우가 등장인물의 역할을 나눠 맡고 나레이션이 따로 들어간 형태였는데 한 사람의 성우가 조근조근 책을 읽어주는 형식의 오디오북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저는 이금희 아나운서가 읽는 책을 듣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