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월광 게임>을 시작으로 출간된 '에가미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리스가 미스터리 작가로 성공(?)하여 임상범죄학자 히무라 히데오와 콤비가 되어 활약하는 (신)본격 미스터리 중단편집.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명탐정 코난>처럼 가벼운 트릭들을 편하게 즐기는 데 매력이 있다. 구성이 빡빡하고 치열하게 두뇌 게임을 벌이기보다 한두 가지의 트릭으로 '아, 그랬구나'하는 즐거움을 주는 쪽이다.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김선영 옮김, 시작)에는 모두 네 작품이 실려 있는데, 세 편은 단편,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표제작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가 중편이다. <월광 게임>이 철 지난 구성과 설득력 부족한 트릭으로 다소 실망했지만, 작가의 성향을 조금 이해했기 때문인지 이 작품은 나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마지막에 실린 중편 '하얀 토끼가....'이다.
사실 히무라와 아리스의 콤비는 (이 작품만으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평범한 수준의 추리를 펼치는 아리스와 히무라의 차분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모습은 꽤나 전형적이다. 그것은 아마 작가가 두 콤비를 전면적으로 앞에 내세우기보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들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히무라-아리스 콤비가 등장하는 것은 한 발짝 뒤.
소소한 트릭과 밝혀지는 앞의 세 작품보다 짜임새 있는 구성의 마지막 중편이 가장 마음에 든 이유도 바로 그런 점 때문이다. 다른 세 작품보다 유별나게 기막힌 트릭을 쓰고 있진 않지만 '이야기'로서의 미스터리의 재미를 담뿍 느낄 수 있다.
히무라가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은 미스터리 작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등장한다고 하여 '작가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시리즈의 묘미는 몇 권을 연이어 읽으면서 배가하는 법. 히무라-아리스 콤비의 면면이 요모조모 등장하는 작품들이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虎-
▣ 이 작품은 '시작'에서 내놓는 '미도리의 책장' 시리즈 첫 번째 작품. '미도리'는 일본어로 초록. 초록은 곧 나무요, 나무에서 종이가 만들어지고, 종이는 책의 기본이니 말 된다. (실제로는 어떤 의미인지 모른다) 일어를 시리즈 명으로 써서 처음에는 다소 놀랐지만 어감은 좋다. 아무려나, 여기 속한 근간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북스피어에서도 검토했던 두 작품이 끼어 있어 더 관심이 간다. (어서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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